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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498

군대 2008.08.25 20:01
포스팅이 좀 늦었다.

원래는 500대가 깨지는 어제 포스팅을 하려고 했었는데

어쩌다 보니 늦어져버렸다.


내 군생활이 693일이니까.

이제 대략 200일 가량이 지났지.

언제 그렇게 했나 싶기도 하면서도, 앞으로 남은 기간을 생각하면 다시 암울해진다.


이맘때쯤 되니 갑자기 306 보충대대로 처음 입소하던 날이 떠오른다.

아침에 일어나서 아침밥을 먹고.

방 정리를 하고.

샤워를 하고.

애써 태연한 척 옷을 입고.

부모님과 같이 차를 타고 의정부 306 보충대로 이동하고.

보충대 앞의 갈비집에서 점심으로 갈비를 먹었다.

가격은 꽤 비쌌으나, 그때의 나는 도무지 갈비의 맛 따위가 느껴지질 않았다.

사실 뭘 먹어도 똑같았을 것 같았어.

보충대의 연병장까지 15분 가량을 걸어서 이동한 후에

306 보충대에서의 간략한 일정이 프린트되어 있는 인쇄물을 보며

치밀어오르는 불안한 마음을 애써 달랬었다.


내가 이날 옷을 굉장히 얇게 입고 갔었다.

바지는 청바지 하나.(물론 내복같은건 없었다.)

윗도리도 후드티 하나에 홑겹 잠바 하나. (역시 내복은 없었다.)

겨울 날씨에도 평소에 이런 옷차림으로 다녔으니

별 생각이 없이 이렇게 입고 나온 거였다.

옆에서 엄마가 자꾸 옷을 왜이렇게 얇게 입고 왔냐면서 걱정을 한다.

난 항상 이렇게 입고 다녔으니까 상관없다고 했고.

(결과적으로는 이것이 통한의 미스였지만.)


입소하는 장정들은 연병장에 줄을 맞춰 서라길래 가서 섰다.

내가 이 부분에서 낚인게,

누군가 내 근처에서 '이건 그냥 잠시 줄만 세우는 거고 다시 풀어줬다가 나중에 진짜로 한다.'

이런식으로 말을 해서 부모님 위치라던가 이런 걸 별로 신경 안 쓰고 줄을 섰다.

머리를 박박 밀어버린 다른 수천명의 사람들에 섞여서 입소식을 하고(연습인 줄 알았다 진짜)

주변에 계신 부모님께 단체로 경례를 하고.

어느 새 날 찾아낸 부모님과 내 동생은 울고 있고.

그러다가 보충대의 건물 안으로 다 이동하라길래,

'아 시발 누군지 몰라도 제대로 낚였구나' 라는 생각을 하며

치밀어오르는 눈물을 겨우 누르면서 마지막으로 부모님과 동생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하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ㅋㅋㅋ 솔직히 건물 안으로 들어가서 간부며 조교들이 소리지르는 거 보고 솔직히 좇됐다 싶었다.


입소 후에 필요한 서류 등을 작성하라고 시켰는데,

실내에는 자리가 없어서 하는 수 없이 우리 구대는

밖에서 서류 등을 작성해야 했다.

그날따라 날씨는 겁나게 추웠다. 겨울 중에서 아마 가장 추운 날씨가 아니었나 싶다.

내가 입소식을 한 이후부터 계속 소변이 마려운 상태였는데,

이것들이 아무리 통사정을 해도 화장실을 안 보내준다.

오줌은 겁나게 마렵지, 춥기는 겁나게 춥지, 도대체 언제 화장실을 보내 줄 건지는 기약도 없지.

하여간 미치는 줄 알았다.

내가 그 날 오줌이 마려운 상태에서부터 시간을 재기 시작해서 거진 5시간을 넘게 오줌을 참았는데,

진짜 막판에는 조금만 잘못 움직여도 싸버릴 것 같은 그런 상태까지 갔다.

겨우 막사로 이동해서 화장실을 보내줬는데, 평소에는 끽해야 10~20초면 끝나던 오줌발이

2분을 내리 나왔다 -_-;;; 진짜 인생에서 다시 하고 싶지 않은 경험이었다 이건.


우려와는 달리 군기를 잡는다거나 뭘 시킨다거나 하는 건 없었지만,

겨울 중에서도 특별히 추운 날씨를 자랑하던 그 날에, 도무지 겨울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깡 좋은 옷차림으로 있던 나 자신이 참 저주스러운 하루였다.


불안감과 추위에 잠은 채 1시간도 편히 자지 못하고, 계속 자다 깨다를 반복했다.

내가 죽을 곳에 발을 디밀었구나. 라는 생각에

'에이 몰라 가서 죽겠냐. ㅅㅂ'

이러면서 용감하게 지원했던 과거의 나를 한없이 저주하고 또 저주하면서.

내가 입대할 때, 펜과 수첩을 가져갔었는데,

그날에 내가 쓴 메모를 지금 펼쳐보니 참 웃긴다.

'춥다. 춥다. 진짜 춥다. 등 따시고 배부르다는 게 그렇게 행복한 거였었나.'

ㅋㅋㅋㅋㅋㅋ


아 ㅅㅂ 쓰다보니 갑자기 눈물날 것 같아.

시간은 참 안가는데,

이렇게 처음 입소하던 날이 바로 얻그제 같다는 것은 참 웃기는 일이다.

저때는 참 암울했지 ㅋㅋㅋㅋㅋㅋ 하는 것도 없으면서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자살하는 사람들의 심정이 이해가 가던 날이었다.

카투사 떨어졌다고 용감하게 지원해버린 나의 실책을 한없이 후회하면서

2년동안 그런 곳에 있어야 된다는 생각에 몸서리를 쳤었고.

결과적으로 지금은 내가 입대한 것을 그다지 후회하지는 않지만.

그때는 D-693이었지만.

지금은 D-498이다.


이런 식으로 나도 모르는 사이에 하루가 가고 또 하루가 가면서

언젠가는 D-1, D-Day 가 오겠지.

뭐 그래도 절대 짧지는 않다 -_-;; 시밤쾅.

500대가 깨진 뭔가 특별한 날이기에

그냥 갑자기 생각나서 주저리 주저리 써봤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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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일레

입영일자 나왔다

잡담 2007.12.28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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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12일. 306 보충대.

하앍 ㅅㅂ.

48일남았네. 기절하겠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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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일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