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 해당되는 글 73건

  1. 2010.03.05 네스퀵 (3)
  2. 2010.01.05 WARCRY - 100105 (The end) (7)
  3. 2009.12.22 군대에서 보내는 마지막에서 두번째 밤 (2)
  4. 2009.12.12 WARCRY - 091212 (6)
  5. 2009.11.19 WARCRY - 091119. 근황 (6)
  6. 2009.10.30 군생활 말년이 점점 꼬인다. (1)
  7. 2009.10.29 행군 2 (1)
  8. 2009.10.28 행군. (1)
  9. 2009.10.08 WARCRY - 091008 (2)
  10. 2009.09.29 2자리 돌입! (3)

네스퀵

군대 2010.03.05 20:08

하루종일 집에 있으려니, 문득 배가 고파졌다.
냉장고와 찬장을 이리저리 들쑤시던 중, 내 눈에 띄는 한 가지가 있었다.

네스퀵!

아 네스퀵...

군 생활 중 내 눈에서 피눈물을 쏟게 한 그 네스퀵이다.


흠? 네스퀵? 피눈물?
여기까지 보고 그 네스퀵이 자기가 생각하는 그 네스퀵이 맞나 라고 의아해하시는 분들, 그 네스퀵이 맞다. 그리고 그 네스퀵 때문에 내가 피눈물을 흘리게 된 것도 맞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네스퀵 때문에 군생활동안 피눈물을 흘리게 되나. 네스퀵을 보자마자 나의 그 한스러웠던 이등병 생활이 좍 흘러가누나. 군생활 다 끝난 판이지만, 도저히 잊을 수 없는 기억이라, 잠시 썰을 풀어 보도록 하겠다.


사건의 발단은 2008년 4월의 어느 날.
당시 나는 중대 막내 + 대대 막내로 한창 찌질주가를 올리고 있을 때였다.
곧 전역하는 내 사수 겸 분대장. 성이 이씨였기에, 편의상 이병장이라고 칭하기로 한다.
하여간 이병장이 중대원을 좍 불러 놓고 자기 관물을 풀기 시작했다.
곧 전역할 사람이니까. 집에 가져갈 거 아니면 원래 다 주고 가는 거다.
한창 관물을 정리하던 도중, 네스퀵이 나왔다. 상당수가 남은 까닭에, 중대원 전체에게 각각 네스퀵 4개가 돌아갔다. 당시 좀 짬이 되던 사람들이야 문제가 없었겠지만, 한창 찌질하던 이등병인 나와, 내 한달 위 맞고참은 이걸 받아들고 똑같은 생각을 했다.

'아니 도대체 이걸 나보고 어떻게 먹으라는 거지?'

그렇다. 군대는 짬이 안 되면 밖에서는 줘도 안 먹는 그 네스퀵도 마음대로 못 먹는다.
왜냐고 묻지 마라. 왠지는 나도 모른다. 그냥 그런거다.
누구한테 물어도 같은 대답이 나올 거다. 그냥 그렇다고.
군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다 그런 식이다.
'거긴 왜 그래?'
'원래 그래.'

짬이 좀 되던 내 고참들이야 알아서 눈치껏 잘 먹었겠지만, 나와 내 맞고참은 하염없이 속앓이를 하고 있었다.
'아 시바 이거 X나 먹고 싶은데, 어떻게 먹어야 되지!'
그러던 중 이병장은 전역을 했고, 나는 더더욱 그 문제의 네스퀵을 먹을 수 없게 되었다.
차라리 받자마자 먹었으면 좋았을 걸. 이병장과 같이 있을 때 먹었다면 커버라도 쳐줄 텐데.

상황예시
<이병장이 있을 때>
내가 네스퀵을 타먹는다.
지나가던 상병 A : 어 이 미친X, 이등병이 네스퀵을 타서 처먹고 있네? 어디서 났어?
나 : .......
이병장 : 야 내가 먹으라고 했어. 냅둬.
지나가던 상병 A : 예..........


<이병장이 전역한 후>
내가 네스퀵을 타먹는다.
지나가던 상병 A : 어 이 미친X, 이등병이 네스퀵을 타서 처먹고 있네? 어디서 났어?
나 : ...... 전역한 이병장이 먹으라고 줬습니다.
지나가던 상병 A : 걔 지금 있냐? 엉? 미쳐가지고. 밥먹고나서 네 위로 내 밑으로 다 모아서 나한테 와라. 아 미친 이등병이 개념이 없네.


이렇게 되는 거다.
고로 나는 더더욱 그 문제의 네스퀵을 먹을 수 없게 되었다.
그렇게 네스퀵은 관물대 안에서 썩어가고 있었는데.
때는 2008년 5월 23일 금요일. (젠장 날짜까지 기억하고 있다.)

그날따라 아침 청소가 늦게 끝나서 밥을 늦게 먹었다. 밥을 먹고, 짬통을 정리하고 취사장에 손을 씻으러 갔는데, 같이 마지막으로 밥을 먹었던 내 동기가 취사장에서 걸어나오는거다.
그러고서 나에게 하는 말이
동기 : 야 우유 많이 남았던데 하나 먹자.
나 : 걸리면 X될텐데.
동기 : 아무도 없으니까 괜찮아. 빨리 먹고 처리하면 돼.

동기의 꼬임과 우유의 유혹에 넘어갔던 나는 잽싸게 취사장에서 우유를 하나 집어들고 먹었다.
하나를 마시고 난 후, 아직도 많이 남은 우유를 보니 갑자기 네스퀵 생각이 떠오르며, 네스퀵이 격렬히 먹고 싶어졌다.
'하나쯤 가져가도 되겠지'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결국 아무도 보지 않는 틈을 타, 우유 하나를 건빵주머니에 몰래 넣어 왔다.

잠시 배경지식을 설명하자면, 원래 군대에서는 하루에 250ml 짜리 우유가 한 개씩 나온다. 물론 이게 휴가자도 있고 해서, 많은 경우 남게 된다. 이는 취사병들 혹은 취사병과 친한 몇몇 병사가 처리하게 된다.
보통 군인은 매 끼니를 '무조건' 먹어야 한다. 전투력 유지를 위해서는 먹는 것조차 의무다.
다만 이게 짬이 차고 병장쯤이 되면, (우리 부대의 경우) 밥을 안 먹을 수 있다.
누가 밥을 먹는지 안 먹는지는 당연히 병사가 체크를 하기 때문에, 병장짬이 되면 밥을 안 먹고 싶을 경우, 아래 애들을 시켜서 안 먹는다고 전하라 말을 한 후, 우유나 부식이 나오면 부식만 챙겨 오라고 하는 것이 관례다.
병장이 되기 전까지는 어떻게 하건 밥을 안 먹을 수는 없었고, 따라서 병장이 아닌 계급이 우유를 생활관에 가지고 올라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금기였던 거다.

건빵주머니에 몰래 넣었고, 그 가져온 우유를 관물대 한구석에 몰래 짱박아 놓는 데까지는 성공했으나, 아무래도 먹을 기회가 나지 않았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 슬슬 우유가 상했는지 여부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운명의 날. 2008년 5월 25일 일요일.
이틀동안 우유에 네스퀵 타 먹을 기회만 보고 있는 내 자신이 어쩐지 서글퍼지기 시작했다.
아 ㅅㅂ 밖에서는 줘도 안 먹던 저 네스퀵이 뭐라고 내가 이러고 있나.
그러던 중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보니 생활관에 깨어 있는 사람은 나 혼자밖에 없었다.
다들 놀러 가거나 다른 생활관에 있고, 우리 생활관은 구석에서 잠을 퍼자고 있는 말년병장 둘과 나 뿐.
갑자기 이게 기회라고 생각되기 시작했다.
그래 이게 기회다. 이건 하늘이 내게 네스퀵을 먹으라고 주신 기회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네스퀵 맛있게 잘 먹겠습니다. 주신 은혜 남에게 쓰며 살리오....

우유와 네스퀵을 조심스레 꺼내 주머니에 넣었다. 이등병인 내가 속편하게 뭔가를 먹을 수 있는 장소는 화장실 칸밖에 없었다. 다만 화장실이 꽤 멀었고, 주머니에 우유를 넣으면 아무래도 티가 확 나기 마련이다. 이등병이라 주머니에 손을 넣고 다닐 수는 없고, 화장실까지 가는 도중 고참에게 걸리면 아무래도 낭패였다.

이러한 계산도 있었고, 근 한 10분간 생활관에 아무도 출입하지 않았기에, 잽싸게 생활관에서 타서 먹고 치우는 것이 더 안전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고민하다가 순간적으로 결단을 마치고, 우유와 네스퀵을 꺼내 놓고, 우유를 깠다.

그 순간....

생활관 문이 벌컥 열리더니 병장 하나가 들어왔다.

아......
아버지 왜 저를 버리시나이까.

순간적으로 숨길 곳도 없었다. 어디 숨기겠는가. 들어오자마자 눈이 딱 마주친 상황에서.

그는 한번 피식 웃더니.

전 대대원을 소집했고.....

나는 치사하게 먹는 것 가지고, 결국 네스퀵은 먹지도 못했는데!
비오는 날 먼지나게 털린다는 것이 무엇인지 몸으로 체감하게 되었고,

그렇게 소년은 또 한걸음 어른이 되었다 한다.

젠장.
Posted by 나일레

1. 전역

전역했다. 어제 복귀해서 오늘 아침에 전역.

이로서 693일간의 내 군생활도 완전히 끝이다.

사실 어제는 하루 자러 들어가는 것이 굉장히 귀찮았는데, 막상 갔다오니 제대로 끝을 맺고 온 것 같아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 이제 진짜 민간인.

더불어, WARCRY 시리즈도 끝이다. 더이상 군인이 아니니 위와 같은 군인냄새 물씬 나는 제목을 쓸 순 없고,

대체할만한 제목을 생각중이다.


2. 도열

부대 전통 중, 전역자는 전 대대원이 나와서 환송해 주는 행사가 있다.

그 앞에서 전 대대원 앞에서 다시 한 번 전역 신고를 한다.

신고는 보통 대대 막내가 받게 되는데, 경우에 따라 부사수나 아들군번이 받기도 한다.

이 때, 쉽게 보내 주지 않기 위해, 경례 자세가 조금만 틀려도 퇴짜, 목소리가 작아도 퇴짜.

그리고 자기네들 앞에서 재롱 떠는 게 (무려 재롱 떨고 가야 한다!) 마음에 안 들어도 퇴짜.

고비가 있었으나 무사히 넘기고, 헹가레를 받는다.

이게 또 눈이 많이 내려서, 도열받는 옆에 눈이 쌓인 곳이 있었는데, 애들이 헹가래를 치면서

마지막 칠 때, 그냥 눈더미 위에다가 던져버렸다. 덕분에 이 추운날에 눈밭에서 나뒹구는 대참사가;


3. 군생활

군생활이 길긴 길었다. 뭐 특별히 에피소드랄지, 생각나는 것이 몇몇 개 있기는 하지만

굳이 나열하고 싶지는 않다. 뭐 남들과 비교해서 아주 힘든 건 없었지만, 그렇다고 편한 것도 없었던

그냥 매우 무난한 군생활이었다고 본다.


군생활동안 얻은 거라고 한다면, 남들이야 인내심을 배웠어요, X같은 상황에서도 참는 법을 배웠어요.

사회생활하는 법을 배웠어요 등등 비스무리한 이유가 나오지만,

나같은 경우 얻은 제일 중요한 것은 이거다.

블로그 타이틀이기도 하지만, 언제 어디서 누가 뭐라해도 나는 나라는 것.

뭐 공감될 사람도 있고 뭔 개소리냐고 할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나다. 내가 어디 가진 않더라.


복잡미묘하게 드는 생각은 많은데, 한두마디로 정리될 기분은 아닌 것 같다.

이 글을 마지막으로, 군대 카테고리에는 더이상 글이 늘어나지 않게 되겠지. 그건 그것대로 좋은가.


그럼 이것으로, WARCRY 시리즈와, 군대 카테고리의 업데이트를 종결하도록 한다.

다음이 뭐가 될지는 나도 몰라요. :)
Posted by 나일레
TAG 전역

제목 그대로다.

오늘은 군대에서 보내는 마지막에서 두번째 밤.

내일이 말년휴가다.

12월 23일 출발

1월 4일 복귀

1월 5일 전역.

고로 마지막에서 두번째 밤.

그리고 사실상 군생활 종료다.

생각해보면 정말 길었다.

정말 길었는데, 그렇게 길지는 않았다.

모순적으로 들리는 말이지만 사실이다.

이 2년이라는 시간을 보낼 때는 정말 지긋지긋하고 토나올 정도로 길었는데

막상 지금와서 군생활을 되짚어보면 그렇게 길지는 않았다고 생각된다.

뭔가 기분이 모순적이다.


나가서 할 것도 많겠지만, 일단 지금은 그런 거 다 모르겠고,

여기서 나갈 수 있다는 그 희열 하나만이 전신을 지배하고 있다.

며칠전부터 잠도 설쳤다.

내 인생에 이렇게 두근두근거렸던 적은 몇 번 없었던 것 같은데.

나머지는 나가서 쓰고 싶다. 일단 내 군생활은 여기서 종료 :)
Posted by 나일레

WARCRY - 091212

군대 2009.12.12 18:30

1. 오랜만이다. 그동안 경황도 없고 인터넷을 할 만한 시간도 그다지 없어서 글을 못 썼다.


2. 만월

좀 지난 이야기긴 하지만, 이번달 1일이 보름이었다. 대략 1,2일 정도 만월을 볼 수 있었는데,

만월을 보니까 갑자기 생각난 것이 있다.




이 사진.

군대가기 전 본 마지막 만월이라고 찍은 사진이다.

생각해보니 1일에 본 만월이 내가 군생활 하면서 보는 마지막 만월이었다.

전역은 하지 않았어도 말년휴가는 나가 있을 테니까.

훈련소에서 본 첫 번째 만월부터, 근무자교육을 나가서 본 마지막 만월까지

23번의 만월을 보고, 어느덧 집에 갈 날이 가까워졌다.

안 간다 안 간다 하면서도 가긴 가는구나.

생각해보면, 인생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길다 길다 하면서도 언젠가는 생애 마지막 만월을 보고, 눈을 감게 되겠지.

그렇게 생각하니까 또 괜히 센티멘털해진다. 쳇


3. 빌어먹을 사지방

조금이라도 부하가 커지면 바로 뻗어버린다.

진짜 사진 많은 포스트는 클릭하기에도 겁난다.

하지만 이짓도 얼마 남지 않았다.


4. 말년휴가

12월 23일

오늘이 12월 12일이니, 11일 남았다.

나가면 나가는 대로 할 것도 많고 복잡해지겠지만,

더 이상은 못 있겠다. 아 진짜 미치기 직전에 내보내 준다는 말이 허언이 아닌 듯.
Posted by 나일레

WARCRY - 091119. 근황

군대 2009.11.19 19:43

1. 안녕하세요. 나일레입니다.

 내 포스트를 기다리는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을 줄로 알지만, 너무 오래도록 글이 없으면 썰렁하니까. 별 이야기는 아니지만 생각나는대로 써 본다.


2. 근황

 근황이랄게 별거 있나. 특히 말년병장의 군생활이라 하면 '이건 뭥미' 싶을정도로 단순하다. 편하지만, 편한만큼 지루하다. 시간이 가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지루하기 때문이다. 할 게 있으면 이렇게까지 지루하지는 않으니까. 갑자기 생각났는데, 딱히 군인이라서 그런 것은 아니지만, 내가 쓰는 대부분의 문장이 '다나까'로 끝난다. 군대에서는 '다나까'로만 말이 끝나야 된다고 누가 그랬었던가. 사실 이건 밖에서 들은 이야기지 정작 안에서 들은 기억은 없다. 실제로 '~나'는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거의 쓰지 않는다고 생각해도 좋다.

 갑자기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졌는데, 어쨌든 별일없이 그냥 무난하고 지루하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는 얘기다. 아참, 혹한기 연기됐다. 고로 난 안 한다. Olleh~!


3. 군생활 이야기

 휴가를 나가서 친구들과 (특히 군대를 안 온 친구들) 이야기를 하거나 술자리를 갖다보면 이야깃거리 떨어졌을 때 많이 듣는 질문이 '뭐 군생활 중에 에피소드 같은거 없어?' 라는 것이다. 나는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내색하지는 않지만 적잖이 당황스럽다. 웹상에서 떠도는 수많은 에피소드들은, 그런식으로 특별하게 에피소드가 생기는 사람이 적기에 에피소드가 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군생활하면서 얘깃거리가 그렇게 많이 생기지는 않는다. 사실 생겨도 나중에 기억 못 할 때가 많고.

 얘깃거리하니까 생각나는 일이 있다. 지금와서 생각하면 에피소드라고 거창하게 명명하기에는 민망한 이야기지만. 우리는 그당시에 '아 이렇게 군생활 얘깃거리가 생기는구나' 라면서 웅성거렸었지. 
 신교대에 막 입소해서 소대분류를 받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무렵, 같은 소대 같은 침상 끝자리에 유난히 나이들어보이는 사람 하나가 있었다. 86은 거의 없고, 87, 88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우리 소대에서는 굉장히 튀는 사람이었다. 우리와 같은 신병일 텐데 이상하게 훈련이나 군대에 대해 아는 것도 굉장히 많고, 우리와는 다른 묘하게 여유로운 분위기가 감돌았다. 듣자니 유급을 했다고 했다. 신교대에 처음 들어가면, 교육훈련 제대로 안 받고 훈련성적이 저조하면 자대로 안 가고 남아서 5주간 다시 교육을 받아야만 한다는 이른바 유급드립으로 신병들의 참여를 유도해내는 경우가 많다. 지금와서 생각하면 개드립도 그런 개드립이 없지만 우리가 뭘 알겠는가. 조교들이 분위기 좀 잡으면서 얘기하면 당연히 그런갑다 하면서 납득하는 개늅 꼬꼬마들이었는데.
 그렇게 그는 유급훈련병 딱지를 달고 우리와 같이 1주간 훈련을 같이 받았다. 그런데 1주 후에 갑자기 그가 사라졌다. 어디로 갔는지 우리는 아는 바가 없었다. 갑자기 괴소문이 들려왔는데, 그가 훈련병이 아니라는 거였다. 당연히 우리는 그게 무슨 소린지 알지도 못하고 각종 추측만 하면서 있었는데.
 어느날 그가 돌아왔다.

'중위' 계급장을 달고.
......

뭥미?
그렇게 높아보이던 조교가 깍듯하게 경례를 붙일 때까지만 해도 우리는 제대로 사태파악을 못한 채 '이건 뭥미?' 라고 다들 얼타고 있었는데, 초코파이며 음료수며 바리바리 싸온 것들을 뿌리면서 그가 하는 말이,
자기는 신교대에 처음 전입온 장교인데, 신교대 특성상 초임장교는 훈련병들의 생활을 1주간 같이 하는 게 관례라나.
 의도는 알겠으나 좀 많이 짜증났었다.
 일단 같은 훈련병인 줄 알았는데 배신을 때린 것 같아 짜증났었고, 우리가 앞으로 2년동안 구를 때 편한 생활을 할 것 같아 짜증났었고, 무엇보다 감히 나를 능멸한 것 같아 짜증났었다.

 그렇게 그는 갔고, 우리는 4주를 더 굴렀다. 제길.


4. 파견

 군단 훈련이 있어 대전으로 약 2주간 파견을 간다.
 제길 왜 나야.


5. 인연

 인연이 있어 피천득의 수필집 '인연'을 읽게 되었다. 수필이라는 것은 소설이나 시와 같은 것과는 또 다른 멋이 있어 퍽 좋아하는 장르 중 하나다. 작가는 아니지만, 글 쓰는 것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써 문장 하나하나에서 배어나오는 그 막강한 필력과 내공에 경탄 또 경탄하였다. 이 정도는 써야 작가라고 할 수 있겠구나. 작가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구나. 하는 것을 매 문장을 읽을 때마다 느끼며 괜스레 센티멘털해졌다. 작가가 될 것도 아니면서.

 이런 것과는 별개로 한번쯤 읽어볼 만하다. 근자에 읽은 책들 중 가장 훌륭한 책이다.


6. D - Day

디데이 카운터를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줄어들지만 줄어들지 않는 듯한 모순적 기분을 느낀다. 숫자 자체는 줄어드는 것 같은데, 실제로 기간이 줄어들고 있다는 느낌은 전혀 받지 못하니까. 47이면 뭐해 젠장.


7. 프리셀

군대 오기도 훨씬 전에 쓴 포스팅인데 아직까지 꾸준히 읽히는 내 프리셀 포스팅.
잘 건 포스팅 하나 열 잡글 안 부럽다인가. 몇몇 회심의 포스팅으로 먹고사는 블로그인데. 안에서는 그런 걸 쓸 수가 없어 안타깝다. 참고로 여기서도 나는 종종 프리셀을 즐긴다. 덕분에 일취월장하는 실력. 이제 웬만큼 어려운 판이 아니고서야 한방에 클리어할 정도가 되었다. 프리셀 잘해봐야 별거 없지만. 쳇.

 이와 같이 롱런하는 포스팅을 몇가지 더 계획하고 있는데, 이는 적절한 사진이 덧붙여져야 하기에 전역 후로 미루도록 한다.


8. 그럼 파견 갔다올때까지는 인터넷 못하니 다들 잘 있으면 좋겠다. 아듀.

아듀하니까 생각났는데, 얼마전에 후임병 하나가 아듀랍시고 써놓았는데 그 스펠이 Adue였다. 아 제발 모르면 한글로 쓰던지. 괜히 아는척 깝치다가 나에게 쪽만 당했다. 저런 거 볼때마다 내가 쓴것도 아닌데 괜스레 낯이 뜨겁다.

참고로 아듀는 Adieu. 프랑스어다. 뜻이야 익히 잘 알테고.
Posted by 나일레

혹한기 한번 더 한다네요.

꼬이네요 정말.

아래는 처음부터 끝까지 징징대는 내용이니 읽고 싶으신 분은 읽으시고,

징징대는 게 싫으신 분은 살짝 스킵하셔도 좋습니다. :)


징징



Posted by 나일레

행군 2

군대 2009.10.29 20:27

연기되었다.

언제 다시 하게 될지는 모르겠는데, 하여간 어처구니 상실.

이 바닥 돌아가는게 다 이렇지 뭐 퉤.
Posted by 나일레

행군.

군대 2009.10.28 20:52

다녀오겠다.

지나가는 얘기로 한 번 쓴 적이 있었던 것 같다.

원래 이 타이밍에 행군을 할 이유따위는 위키피디아를 뒤져도 나오지 않았을 것이지만,

높으신 분의,

'거 요즘 행군 애들 너무 안 하는데 한번 하지?'

라는 뒷골땡기는 한마디 때문에 난데없이 결정되었다.

뭐, 이런 일 한두번 당하는 것은 아니지만, 역시 적응 안 된다. 아 내 혈압.


언제나의 레퍼토리와 같이 40km 풀 산악행군이고,

20개월을 신던 전투화 뒷굽이 좌우 쌍으로 다 빠져버리는 바람에 A급을 신고

행군해야만 하는 압박감이 있지만,(Critical Strike)

어쨌든 다른 훈련이 있는 것도 아니고, 행군만 하면 끝나니까 다녀오겠다.

씨유 쑨.
Posted by 나일레

WARCRY - 091008

군대 2009.10.08 19:22

1. 복귀

모 훈련이 있어, 대전으로 파견을 갔다왔다.

이렇게 멀리까지 가는 파견은 군생활 처음이라 나름 신선한 느낌이었다.


이동 중 휴게소에서 먹는 호도과자는 당연한 권리!

아니 휴게소에서 호도과자 한 봉지를 사 먹는 건 휴게소에 대한 당연한 예의라고?

호도과자의 로망을 모른다면 그대는 남자가 아니오.


확실히 군생활은 상급부대에서 해야 한다.

이거 일반 부대와는 편안함의 격이 다르잖아.

그 감출 수 없는 땡보본능을 드러내는 기간병들을 보며 혀를 차고 또 찼었더랜다.


2. 행군

오늘 들은 청천벽력같은 소리.

사단장 왈, '거 애들 행군을 너무 안하는 것 같은데 이번달 중으로 한번 하지?'

......
......

아니 이게 무슨 소리야.
내가 고자라니!!!!

는 아니고,

아 앞으로 남은 군생활동안 행군있는 훈련이 없어서 안심하고 있었더니,

군생활 막판을 향해 치닫는 이 시점에 이건 뭔.....아...

아....젭알

내 군생활을 더 힘들게 하지 말아달라구. 젠장.


그나저나 갈수록 쓸말이 없어지네.

자 오늘도 오른쪽의 D-Day 카운터를 보며 정신을 정화....... 아 ㅅㅂ

존나 많이 남았다.
Posted by 나일레

2자리 돌입!

군대 2009.09.29 17:54


대망의 D-Day 카운터를 보시면.


오오
오오오
오오오오
오오오오오
오오오오오오
오오오오오오오
오오오오오오오오
오오오오오오오오오
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오오오오오오오

2자리입니다.

네.

위 오산에서 오자를 하루에 하나씩 지워서 다 없어지면 전역이군요.


3자리와는 뭔가 다른 포스가 느껴지지 않나요.

아니면 말고. =_=

전역자는 좀 저리 가란 말이야.


얼마 안 남았습니다.

근데 영원 같네요 제기랄.

이런짓하면 더 안 줄어들것같아.


말투가 존대말이었다가 반말이었다가 쓸데없이 산이나 만들고 뭔가 문체가 이상하다구요?

이것은 저의 아방가르드적 시도의 하나로써 자유롭게 변환되는 문체를 통해 독자의 주의를 끌고

읽는 재미를 배가시키며 예술적인 효과를 노리고, 집중도를 높이려는.........................................

...
...
...

 그냥 내맘이다 이자식아.

흠 확실히 쓰고나서 보니 평소와는 다른 어투네요. 대화체부터 시작해서.

그냥 2자리로 돌입해서 흥분에 정신이 혼미해졌다고 여기시면 될 듯. 시밤.

정확히 말하면 쓸 게 없어서 썼습니다.

쓸 거 없으면 쓰지 말라구요?

그것도 내맘이야 이자식아.

앞으로 3달동안 시간이 날아갔으면 좋겠네요. 허얽.

Posted by 나일레